검증공원 알아보기






관건은 ‘어떻게’이다. 권력기관마다 개혁 목표를 분명히 하고, 법적·제도적 보완 작업은 촘촘해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열흘 전 정 총리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 것도 그 맥락일 게다. 당장 오는 7월 출범하는 공수처는 정치적 외풍으로부터의 중립성과 신뢰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공수처장 추천에 야당 몫을 두고 청와대의 수사개입 방지 조항을 뒀지만, 권력 입김을 막는 후속작업은 많아질수록 좋다. 고위공직자 수사 정보를 인계받고, 판검사와 고위경찰은 기소할 수 있는 막강한 검찰 견제기구가 ‘또 하나의 공룡’이 되는 건 막아야 할 터다. 왜 ‘정권에 매력 없는’ 공수처를 주문하는 소리가 나오는지 곱씹을 때다. 정 총리가 후속조치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을 여전히 검찰로 매김했다. 직접 수사부서를 줄여 민생 수사를 늘리고 민주적 통제를 높이되, ‘거악 척결’ 의지와 수사역량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66년 만에 1차 수사 종결권을 다시 쥔 경찰은 자치경찰을 나눠 조직 과대화를 막고, 수사 역량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2018년 공무원 범죄자 중 절반이 경찰이다. 낮은 인권·윤리 의식과 해이한 공직기강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위성정당 카드를 꺼낸 것은 4+1 협의체를 끝까지 흔들어 선거제 개혁을 막아보겠다는 뜻일 게다. 국회 본회의에는 민생·예산부수법안 200여개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당은 상식 밖의 외골수 카드를 접고, 4+1 협의체도 표심에 가깝고 적정한 비례대표가 확보된 선거제 협상을 조기 매듭지어야 한다. 갈등을 키우는 선거공학만 난무하고 민생은 눈감은 ‘패스트트랙 대치’로 해를 넘길 건가.


선거권 18세 하향에 따른 교내 선거 교육의 방향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주에도 “만 18세까지 선거권이 부여된 만큼 선거를 매개로 한 참정권 교육이 무한대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학교 내 모의선거 교육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방식의 모의선거 수업은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7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간만 보내고 있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이틀 전에는 대구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40대 부모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등 일가족 4명이 집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초에도 서울 성북구의 다세대주택에서 빚 독촉 등에 시달리던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앞서 10월엔 제주의 40대 부부가 사업 실패를 비관해 12세, 8세 두 자녀와 함께 세상을 등졌다. 어린이날 2살, 4살 아이들을 끌어안고 숨진 30대 부부를 비롯해 지난해 생활고로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알려진 것만 20여건이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한·이란관계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 상황은 좋지 않다. 미국이 지난 9월 테러지원을 이유로 이란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과 의약품 등 인도적 교역마저 중단됐다. 이란 중앙은행이 국내 시중은행에 개설한 원화계좌도 동결돼 이란 당국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한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외교 당국도 제재를 풀기 위해 미국과의 협의에 나서고 있지만 좀 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이 6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등 당시 해경 최고위 간부 6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청장 등은 참사 당시 승객 퇴선유도지휘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구조작업 전 익사자 1명 제외)을 숨지게 하고 142명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정상 작동되지 않은 구조·수색에 대한 해경 수뇌부의 법적 책임을 참사 발생 5년9개월 만에 물은 것이다.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조기 폐쇄가 확정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4일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영구정지)’ 안건을 출석위원 7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의결했다. 원안위는 앞서 두 차례 논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하자 이날 표결로 영구정지를 확정했다. 노후 원전의 영구정지는 2017년 6월 고리 1호기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다. 월성 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성 평가를 두고 감사원의 감사, 검찰 수사와 재판이 남아있다.


신년 회견은 긴 패스트트랙 정국이 끝난 뒤에 이뤄졌다. 협치 약속이 총선 뒤로 유예됐지만, 소통·통합 노력은 시와 때가 따로 없고, 겸손한 권력을 약속한 취임사는 끊임없이 소환돼야 한다. “촛불정신이 정해줬다”고 한 정부의 소명도 그 출범 시점만을 뜻하진 않을 게다. 권력기관 개혁의 첫 고비를 넘었지만, 노동존중사회 약속은 흐트러졌고 체감경제는 냉골이 많고 수도권·지방 균형발전과 사회적 대타협은 겉돌고 있다. 진단 많은 회견에 구체적 대안은 적었다. 집권 4년차는 성과로 말해야 한다.


북한으로서는 비건 대표의 대북 메시지가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적극적인 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직접 만나 비건이 강조하고 있는 ‘유연성’이 어떤 건지 확인해 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 미국의 대화 제의에 화답한다고 해서 북한이 손해볼 일은 전혀 없다. 비건의 방한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유연한 태도가 북한에 필요하다.


영국 고등법원이 정부가 “이란 다야니 가문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 대한 유엔 국제중재판정부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지난해 6월 내려진 중재판정은 최종 확정됐다. 정부는 다야니 측에 730억원을 물어주게 됐다. 판결의 의미는 매우 크다. ‘양자협정의 독소조항인 ISD를 현실에 맞게 바꾸라’는 주문이자, 경고다.


소방당국은 지난해 12월9일 동해시에 해당 펜션의 위반 사항을 통보했지만, 놀이터추천 시는 불법영업에 대한 행정절차를 밟지 못했다. 불법영업장 수백곳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3~4명에 불과한 단속인원들이 지난 연말까지 이뤄진 단속 결과를 분류하고 시정조치를 검토하는 사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활개치는 불법,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조금만 더 신경을 썼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크다.




보수의 마음이 급한 것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4분5열로는 패스트트랙에 이어 총선도 어렵다고 봤을 게다. 그럼에도 통합에 앞서 먼저 건너갈 강이 있다. 혁신이다. 보수가 위기에 처했다가 이긴 총선에는 1996년 김영삼 대통령의 ‘새피 발탁’ 공천이, 2000년 이회창 대표의 ‘중진 학살’ 진통이, 2012년 박근혜 대표의 ‘신장개업’식 정책 전환이 있었다. 태극기세력과 장외투쟁만 해온 황 대표 체제에서 모두 겉돈 일이다. 보수가 2010년 지방선거부터 20·30·40대에서 모두 밀린 것은 시대 흐름에 뒤처진 지 오래됐다는 뜻이다. 그 공백은 안철수 세력과 덜컥 합쳤다가 ‘한지붕 두가족’ 내홍과 실망만 보여주고 다시 탈당한 새보수당도 마찬가지다. 탄핵 성찰도, 혁신·비전도 없이 몸집만 불리려는 것은 선거용 묻지마 통합일 뿐이다. 결국 ‘도로새누리당’, 보수원로들이 가세해도 ‘도로한나라당’과 뭐가 다른지부터 말해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이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검찰과 경찰은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바뀌게 된다. 수사의 시작·종결은 경찰이, 기소 및 공소유지는 검찰이 하는 것으로 권한과 책임이 분산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1호 국정과제인 검찰개혁 입법도 완료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과 함께 검찰을 견제할 민주적 통제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검찰 수사지휘권 폐지는 1954년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지 66년 만이다. 검찰의 수사·기소·영장 청구 독점권이 무너진 것은 1962년 개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시도했지만 검찰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사권 조정 정부안이 확정됐고,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담겨 1년여 만에 통과됐다.


광장의 촛불이 요구한 권력기관 개혁은 문 대통령 취임사에도 세 갈래로 새겨졌다. 정치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고, 무소불위 권력이 안되게 견제장치를 만들고, 겸손한 권력이 되겠다는 것이다. 시민의 눈엔 청와대나 검경 모두 뼈아프게 성찰할 지점이 뚜렷이 보인다. 권력기관 개혁은 낡은 관행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완성된다. 그 평가 잣대는 늘 ‘국민의 권력기관’인지 여부일 뿐이다. 거듭 말하거니와 괴물과 공룡이 없어지는 권력기관 개혁이어야 한다.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